본문 바로가기
수혈의학

혼합시야반응이란 (Mixed filed agglutination) 정의, 원인, 검사법

by 진검의사 2025. 4. 8.
반응형

혹시 큰 수술을 앞두고 있거나, 갑작스러운 사고로 수혈이 필요했던 경험, 혹은 정기적인 건강 검진 과정에서 혈액 검사를 받아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우리 몸의 피, 즉 혈액은 생명을 유지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요소입니다. 특히 응급 상황에서 다른 사람의 피를 받는 수혈은 꺼져가는 생명의 불씨를 되살리는 결정적인 치료법이 되기도 하지요. 그런데 이처럼 중요하고 일상적인 혈액 검사 과정에서, 때로는 '혼합시야반응(Mixed Field Agglutination, MFA)'이라는, 이름만 들어서는 도무지 감을 잡기 어려운 결과를 마주하게 될 때가 있습니다.

혼합시야반응 (Mixed field agglutination)

"혼합시야? 뭔가 뒤죽박죽 섞여 있다는 뜻인가? 이게 좋은 신호일까, 아니면 뭔가 잘못되었다는 걸까?"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실 수 있습니다.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결론부터 명확히 말씀드리자면, 혼합시야반응은 검사가 잘못되었거나 오류가 발생한 것이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환자의 혈액 속에 항원성이 서로 다른, 즉 특정 검사 시약에 대해 다르게 반응하는 두 가지 이상의 뚜렷한 적혈구 집단이 함께 존재하고 있음을 알려주는 매우 의미 있는 단서입니다.

이는 마치 한 반에 A 학교 교복을 입은 학생들과 B 학교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같이 수업을 듣고 있는 특별한 상황을 발견한 것과 비슷하다고 비유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대체 왜 한 사람의 몸 안에 이렇게 다른 종류의 적혈구가 공존하게 되는 것일까요? 그리고 이것이 왜 중요하며, 혈액 검사실에서는 이 현상을 어떻게 알아차리는 걸까요? 지금부터 그 궁금증을 아주 쉽고, 상세하게, 그리고 깊이 있게 파헤쳐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먼저 혼합시야반응(MFA)이란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 정의부터 명확히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이어서, 이러한 독특한 반응이 나타나게 되는 다양한 원인들을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볼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병원의 혈액 검사실(혈액은행) 전문가들이 이 중요한 신호를 어떻게 검출하고 정확하게 해석하는지, 그 검사 방법과 과정에 대해서도 심도 있게 알아보겠습니다.

혼합시야반응(Mixed Field Agglutination)이란 무엇일까요?

혼합시야반응(Mixed Field Agglutination, MFA)은 혈액 검사, 그중에서도 특히 혈액형을 판정하거나, 예기치 않은 항체를 찾아내거나(항체 선별 검사), 수혈 전에 공여자 혈액과 환자 혈액이 잘 맞는지 확인하는(교차반응 검사) 등 면역 혈액학 분야의 검사를 수행할 때 관찰될 수 있는 특정한 반응 양상을 지칭하는 전문 용어입니다.

조금 더 풀어서 설명해 보겠습니다. 검사를 위해 처리된 환자의 혈액 샘플을 시험관이나 현미경을 통해 자세히 들여다볼 때, 검사용 시약(항체)과 반응하여 마치 작은 포도송이처럼 서로 엉겨 붙은 적혈구 덩어리(이를 '응집괴', Agglutinate라고 부릅니다)와, 동시에 그 주변에 아무런 반응 없이 자유롭게 개별적으로 떠다니는 적혈구들이 함께 관찰되는 상태를 바로 혼합시야반응이라고 정의합니다 [1].

아니, 검사 결과라는 게 딱 떨어져야 하는 거 아닌가? 양성이면 양성, 음성이면 음성! 이렇게 나와야지, 왜 어떤 적혈구는 엉기고 어떤 건 안 엉기고 이렇게 애매하게 나오는 거냐고? 이거 혹시 검사가 잘못된 거 아니야?

아주 날카롭고 중요한 질문입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혈액 검사 결과는 명확합니다. 예를 들어, A형 혈액형 검사를 할 때 Anti-A 시약을 넣으면, 모든 적혈구가 반응해서 뚜렷한 덩어리를 만들거나(양성), 아니면 전혀 반응하지 않아서 균일하게 퍼져 있는(음성) 모습을 상상하게 됩니다. 마치 강력한 자석 앞에 쇳가루를 뿌리면 전부 달라붙거나, 나무 가루를 뿌리면 전혀 붙지 않는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혼합시야반응은 이렇게 '전부 양성' 또는 '전부 음성'과는 확연히 다른, 아주 독특하고 구별되는 패턴을 보여줍니다. 이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응집 반응'이라는 기본적인 원리와 '시야'라는 용어의 의미를 명확히 알아야 합니다. 이 두 가지 개념을 먼저 확실히 짚고 넘어가 보겠습니다.

응집 반응 (Agglutination) 이해하기

응집 반응(Agglutination)이란, 적혈구 표면에 존재하는 특정 표지(이를 '항원', Antigen이라고 합니다)와, 그 표지에 마치 열쇠와 자물쇠처럼 꼭 들어맞게 결합하는 단백질(이를 '항체', Antibody라고 합니다)이 만났을 때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이 둘이 결합하면, 여러 개의 적혈구가 항체에 의해 다리처럼 연결되면서 서로 엉겨 붙어 눈으로도 식별 가능한 크기의 덩어리를 형성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응집 반응의 본질입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항원(Antigen)은 적혈구 세포막 표면에 존재하는 다양한 종류의 단백질이나 당 사슬 구조물을 말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혈액형을 결정하는 중요한 표지판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A형 혈액형을 가진 사람의 적혈구 표면에는 A라는 이름표(A 항원)가 붙어 있고, B형은 B 이름표(B 항원), AB형은 A와 B 이름표 모두, O형은 A와 B 이름표가 모두 없는 상태라고 생각하시면 이해하기 쉬울 것입니다.

Rh 혈액형의 D 항원도 마찬가지 원리입니다. 한편, 항체(Antibody)는 우리 몸의 면역 체계가 외부 침입자(세균, 바이러스 등)나 자신과 다른 물질(예: 다른 혈액형의 적혈구)에 대항하기 위해 만드는 방어 단백질입니다. 또는 혈액 검사에 사용하기 위해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시약 형태일 수도 있습니다. 항체는 특정 항원에만 매우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Anti-A 항체(A 항원에 대한 항체)는 오직 A 항원에만 결합하고, B 항원이나 다른 항원에는 전혀 결합하지 않습니다.

이제 이 개념을 바탕으로 응집 반응을 비유를 통해 설명해 보겠습니다. 여러분의 모든 적혈구가 표면에 '동그란 고리'(이것이 항원입니다)를 가지고 있다고 상상해 봅시다. 그리고 혈액형 검사용 시약 안에는 이 '동그란 고리'에만 정확히 걸 수 있는 '갈고리'(이것이 항체입니다)가 잔뜩 들어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만약 여러분의 혈액 샘플에 이 시약을 넣으면 어떻게 될까요? 시약 속의 수많은 갈고리들이 적혈구 표면의 동그란 고리에 착 달라붙을 것입니다. 하나의 갈고리가 여러 개의 고리에 동시에 걸리거나, 여러 갈고리가 여러 적혈구를 서로 연결하면서, 결국 적혈구들이 서로 엉겨 붙어 큰 덩어리를 형성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전형적인 양성(+) 응집 반응(Complete Agglutination)의 모습입니다.

반대로, 만약 여러분의 적혈구 표면에 '동그란 고리'가 전혀 없다면 어떻게 될까요? 시약 속의 갈고리들은 걸릴 곳이 없어서 아무런 반응도 일으키지 못하고, 적혈구들은 여전히 개별적으로 자유롭게 떠다니게 됩니다. 이것이 음성(-) 반응(Negative Agglutination)입니다.

시야 (Field)와 혼합시야 (Mixed Field)

다음으로 '시야(Field)'라는 용어를 이해해야 합니다. '시야'는 말 그대로 검사 결과를 관찰하는 영역, 즉 우리가 들여다보는 범위를 의미합니다. 시험관법에서는 시험관 바닥에 가라앉거나 떠 있는 적혈구들을 육안 또는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영역이 될 것이고, 슬라이드법이나 현미경 관찰 시에는 렌즈를 통해 보이는 화면 전체가 바로 시야가 됩니다.

이제 드디어 혼합시야(Mixed Field)입니다. 혼합시야는 바로 이 관찰하는 '시야' 안에, 앞서 설명한 두 가지 상반된 반응 모습, 즉 응집된 모습과 응집되지 않은 모습이 동시에 존재하는 상태를 의미합니다. 앞서 사용했던 고리와 갈고리 비유를 다시 한번 사용해 볼까요?

만약 여러분의 혈액 샘플 안에 '동그란 고리(항원)가 달린 적혈구'와 '고리가 전혀 없는 적혈구'가 섞여 있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여기에 '갈고리(항체)'가 든 시약을 첨가하면, 당연히 고리가 달린 적혈구들은 갈고리에 걸려서 서로 엉겨 붙어 덩어리를 형성할 것입니다(응집). 하지만, 고리가 없는 적혈구들은 갈고리에 걸리지 않기 때문에 여전히 개별적으로 자유롭게 떠다니는 상태로 남아 있겠죠(비응집).

따라서 시험관을 흔들어 보거나 현미경으로 이 시야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곳곳에 적혈구들이 엉겨 붙어서 형성된 작은 덩어리들(응집괴)과 함께, 그 주변 배경에는 여전히 개별적인 형태로 자유롭게 존재하는 수많은 적혈구들이 혼재되어 있는 독특한 모습을 관찰하게 됩니다.

이것이 바로 혼합시야반응(Mixed Field Agglutination)의 정확한 모습입니다. 결론적으로, 혼합시야반응은 검사 대상이 된 전체 적혈구 집단이 항원의 유무나 발현 강도 측면에서 균일하지 않고, 특정 항체에 대해 서로 다르게 반응하는 능력을 가진 두 개 이상의 뚜렷한 적혈구 아집단(subpopulation)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명백하게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인 셈입니다 [2].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혼합시야반응은 결코 '판독하기 애매한 약한 반응'이나 '검사 오류'가 아닙니다. 오히려 '여기 두 종류의 서로 다른 적혈구 집단이 섞여 있습니다!'라고 명확하게 알려주는 매우 중요한 정보를 담고 있는 관찰 소견입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왜, 어떻게 한 사람의 몸 안에 이렇게 서로 다른 두 종류의 적혈구가 동시에 존재하게 되는 걸까요? 이제 그 다양한 원인들을 하나씩 파헤쳐 볼 시간입니다.

혼합시야반응은 왜 나타날까요?

혼합시야반응이 나타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아주 명확합니다. 바로 한 사람의 혈액 순환계 내에, 특정 항원에 대해 서로 다른 반응성을 보이는, 즉 항원성이 다른 두 가지 이상의 적혈구 집단이 함께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마치 빨간색 구슬과 파란색 구슬이 하나의 주머니 안에 뒤섞여 있는 상황과 정확히 같습니다. 만약 이 주머니에 빨간색 구슬에만 달라붙는 자석(특정 항체 시약)을 넣는다면, 당연히 빨간색 구슬(항체와 반응하는 적혈구)들은 자석에 달라붙어 뭉칠 것이고, 파란색 구슬(항체와 반응하지 않는 적혈구)들은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겠죠. 이렇게 한 사람 몸 안에 두 종류의 '구슬'이 섞이게 되는 상황은 여러 가지 이유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 주요 원인들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가장 흔한 원인 : 최근 수혈 (Recent Blood Transfusion)

혼합시야반응이 관찰되는 가장 흔하고 대표적인 원인은 바로 환자가 최근에 다른 사람의 혈액, 즉 동종 혈액(allogeneic blood)을 수혈받은 경우입니다 [1, 3]. 수혈은 출혈이나 빈혈 등으로 인해 부족해진 혈액 성분을 외부에서 공급받아 보충하는, 생명을 구하는 데 필수적인 치료법입니다. 하지만 이 과정은 필연적으로 환자 자신의 고유한 혈액과 혈액을 제공한 공여자의 혈액이 서로 섞이는 결과를 낳습니다. 만약 환자와 공여자의 혈액형 항원, 예를 들어 ABO 혈액형 시스템 외의 다른 혈액형 항원(Rh, Kell, Duffy, Kidd 등 수백 가지가 존재합니다)이 다르다면, 환자의 몸 안에는 두 종류의 적혈구가 공존하게 됩니다.

구체적인 상황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만약 RhD 양성(+)인 환자가 어떤 이유로 RhD 음성(-) 적혈구를 수혈받았다고 가정해 봅시다. (실제 임상에서는 RhD 양성 환자에게 RhD 음성 혈액을 주는 것은 가능하지만, 그 반대는 항체 생성을 유발할 수 있어 피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설명의 편의를 위해 이 경우를 가정합니다.) 이 경우 환자 본인의 적혈구는 표면에 RhD 항원(D 항원)을 가지고 있지만, 수혈받은 RhD 음성 적혈구는 표면에 D 항원이 없습니다.

이 환자의 혈액을 채취하여 Anti-D 시약(D 항원에만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항체)으로 검사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환자 본인의 RhD 양성(+) 적혈구는 Anti-D 시약과 만나 D 항원을 매개로 서로 엉겨 붙어 응집을 일으키는 반면, 수혈받은 RhD 음성(-) 적혈구는 D 항원이 없으므로 Anti-D 시약과 전혀 반응하지 않고 자유롭게 떠다니는 상태로 남아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검사 시야에는 D 항원에 반응하여 응집된 적혈구 덩어리(환자 본인의 세포)와 D 항원이 없어 반응하지 않은 자유 적혈구(수혈받은 공여자의 세포)가 함께 관찰됩니다. 이것이 바로 수혈 후에 나타나는 전형적인 혼합시야반응입니다. ABO 혈액형이 아닌 다른 다양한 혈액형 시스템의 항원 차이에 의해서도 동일한 원리로 혼합시야반응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반드시 기억해야 할 중요한 점은, 수혈로 인해 발생하는 혼합시야반응은 영구적인 것이 아니라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사실입니다. 적혈구의 평균 수명은 약 120일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수혈된 적혈구는 여러 요인에 의해 이보다 짧은 기간 동안만 환자의 혈액 순환계 내에 생존하며 기능합니다. 따라서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수혈받았던 공여자의 적혈구가 점차 파괴되어 사라지면서, 혼합시야반응의 강도도 점차 약해지다가 결국에는 완전히 소실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수혈 후 약 3개월에서 4개월 정도까지는 혼합시야반응이 관찰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4]. 따라서 검사 결과 혼합시야반응이 보이면, 검사실에서는 반드시 환자의 최근 수혈력을 확인하게 됩니다.

조혈모세포 이식 (Hematopoietic Stem Cell Transplant, HSCT)

조혈모세포 이식(과거에는 골수 이식이라는 용어로 더 많이 불렸습니다) 역시 혼합시야반응을 유발하는 매우 중요한 원인 중 하나입니다. 조혈모세포는 우리 몸의 골수(뼈 속의 스펀지 같은 조직)에 존재하며,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과 같은 모든 종류의 혈액 세포를 끊임없이 만들어내는 '어머니 세포' 또는 '줄기 세포'입니다. 백혈병, 재생불량성 빈혈, 특정 면역 결핍 질환 등 심각한 혈액 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하기 위해, 환자 자신의 병든 조혈모세포를 강력한 항암제나 방사선으로 완전히 제거한 뒤, 건강한 공여자(다른 사람 또는 드물게 자기 자신)로부터 채취한 조혈모세포를 이식하는 치료법이 바로 조혈모세포 이식입니다.

이식 후의 과정은 어떻게 될까요? 성공적으로 이식이 이루어지면, 공여자의 조혈모세포가 환자의 골수에 자리를 잡고(이를 '생착', Engraftment라고 합니다) 새로운 혈액 세포들을 만들어내기 시작합니다. 이식 초기에는 아직 완전히 제거되지 않고 남아있는 환자 본래의 혈액 세포와, 새롭게 이식되어 이제 막 혈액 세포를 생산하기 시작한 공여자의 조혈모세포로부터 유래한 혈액 세포가 환자의 혈액 순환계 내에 공존하는 과도기적인 상태가 됩니다. 만약 환자와 공여자의 혈액형 항원이 다르다면(예: ABO 혈액형이나 Rh 혈액형), 이 시기에는 두 종류의 다른 적혈구가 섞여 있게 됩니다.

또 다른 구체적인 상황을 가정해 봅시다. 원래 혈액형이 O형이었던 백혈병 환자가 치료를 위해 A형 혈액형을 가진 공여자로부터 조혈모세포를 성공적으로 이식받았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식 후 시간이 지나면서 공여자의 조혈모세포가 환자의 골수에 성공적으로 생착하여 왕성하게 활동하기 시작하면, A형 적혈구를 만들어내기 시작합니다. 이 시기에 환자의 혈액을 채취하여 혈액형 검사를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요?

환자의 혈액 속에는 아직 남아있는 환자 본래의 O형 적혈구(Anti-A 시약과 반응하지 않음)와, 새롭게 공여자의 세포가 만들어낸 A형 적혈구(Anti-A 시약과 반응하여 응집함)가 함께 뒤섞여 순환하고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Anti-A 시약을 사용하여 검사하면, 당연히 뚜렷한 혼합시야반응이 관찰됩니다.

이식 후 시간이 더욱 흘러 공여자의 조혈모세포가 환자의 골수를 완전히 장악하게 되면(이를 '완전 키메라 상태', Complete chimerism이라고 합니다), 환자의 혈액형은 점차 공여자의 혈액형인 A형으로 완전히 바뀌게 되고, 더 이상 O형 적혈구가 남아있지 않게 되므로 혼합시야반응은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됩니다.

따라서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은 환자에게서 관찰되는 혼합시야반응은 단순한 검사 결과 이상으로, 이식 과정의 성공 여부와 환자의 상태를 추적하는 데 매우 중요한 임상적 지표가 될 수 있습니다. 즉, 혼합시야반응의 존재 유무와 그 강도의 변화를 통해 이식된 조혈모세포가 환자의 몸에 잘 자리를 잡고 기능하고 있는지(생착), 혹시 이식 거부 반응이나 원래 질병의 재발 징후는 없는지 등을 모니터링하는 데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5].

태아-모체 출혈 (Fetomaternal Hemorrhage, FMH)

임신 중, 특히 분만 과정 전후에 소량의 태아 혈액이 손상된 태반 혈관을 통해 어머니의 혈액 순환계 안으로 흘러 들어가는 현상을 의학 용어로 태아-모체 출혈(Fetomaternal Hemorrhage, FMH)이라고 부릅니다. 이는 생각보다 흔하게 발생할 수 있는 일입니다. 만약 임신한 어머니와 뱃속의 태아의 혈액형 항원이 서로 다르다면, 어머니의 혈액 속에는 자신의 적혈구와 태아로부터 넘어온 적혈구, 이렇게 두 종류의 세포가 일시적으로 섞여 존재하게 됩니다.

가장 대표적이고 임상적으로 중요한 상황 예시는 바로 어머니가 RhD 음성(-) 혈액형이고 태아가 RhD 양성(+) 혈액형인 경우입니다. 이 경우, 태아-모체 출혈이 발생하면 태아의 RhD 양성(+) 적혈구가 어머니의 혈액 순환계로 유입됩니다. 그러면 어머니의 혈액 속에는 자신의 본래 RhD 음성(-) 적혈구와 함께 소량의 태아 유래 RhD 양성(+) 적혈구가 공존하게 됩니다.

이때 어머니의 혈액을 채취하여 RhD 혈액형 검사를 위해 Anti-D 시약(RhD 항원에 결합하는 항체)을 사용하여 검사하면 어떤 결과가 예상될까요? 어머니 자신의 RhD 음성(-) 적혈구는 D 항원이 없으므로 Anti-D 시약과 전혀 반응하지 않고 자유롭게 남아있을 것이지만, 태아로부터 흘러 들어온 RhD 양성(+) 적혈구는 D 항원을 가지고 있으므로 Anti-D 시약과 반응하여 응집을 일으킵니다. 결과적으로, 어머니의 혈액 검사 결과에서 Anti-D 시약에 대해 혼합시야반응이 관찰될 수 있습니다. 이는 태아-모체 출혈이 실제로 발생했다는 것을 시사하는 매우 중요한 실험실적 증거가 됩니다.

태아-모체 출혈 상황에서 혼합시야반응을 확인하는 것은 단순히 두 종류의 세포가 섞여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 이상의 매우 중요한 임상적 의미를 갖습니다. 특히 RhD 음성(-)인 산모가 RhD 양성(+)인 태아를 임신했을 경우, 태아-모체 출혈을 통해 태아의 RhD 양성 적혈구에 노출되면, 산모의 면역 체계는 이 '외부 물질'에 대한 항체, 즉 Anti-D 항체를 생성할 수 있습니다.

이를 'Rh 감작(sensitization)'이라고 부릅니다. 이렇게 한번 생성된 Anti-D 항체는 다음번 임신 때, 만약 또다시 RhD 양성(+) 태아를 임신하게 되면, 태반을 자유롭게 통과하여 태아에게로 넘어가 태아의 적혈구를 공격하고 파괴하는 심각한 질환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신생아 용혈성 질환(Hemolytic Disease of the Fetus and Newborn, HDFN)'이며, 심한 경우 태아 사망이나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RhD 음성 산모에게서 태아-모체 출혈이 의심되거나 혼합시야반응 등으로 확인될 경우, 산모의 면역 체계가 Anti-D 항체를 만들기 전에 미리 예방 조치를 취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사용하는 것이 바로 Rh 면역글로불린(Rh Immune Globulin, RhIG, 상품명으로 '로감 주사' 등으로 알려져 있습니다)입니다. 이 주사는 산모의 몸으로 흘러 들어온 소량의 태아 RhD 양성 적혈구를 산모의 면역 체계가 인지하기 전에 미리 제거하거나 중화시켜서, 산모가 스스로 Anti-D 항체를 생성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예방합니다 [6].

혼합시야반응의 관찰은 이러한 RhIG 예방 주사가 필요한지 여부를 결정하거나, 필요한 용량을 추정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할 수 있습니다. 물론, 흘러 들어온 태아 혈액의 양을 보다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 Kleihauer-Betke 검사나 유세포 분석(Flow cytometry)과 같은 정량 검사를 추가로 시행하기도 합니다.

ABO 아형 (ABO Subgroups)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고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A형, B형, O형, AB형이라는 ABO 혈액형은 사실 생각보다 더 복잡한 체계입니다. 특히 A형과 B형 혈액형에는 항원성의 강도나 구조가 약간씩 다른 여러 아형(Subgroup)이 존재합니다. A형 혈액형의 경우, 가장 흔하고 강한 항원성을 보이는 A1 아형과 그보다 약간 약한 A2 아형이 대표적이며, 이 외에도 A 항원의 발현이 훨씬 더 약한 A3, Ax, Am, Ael 등 다양한 희귀 아형들이 존재합니다 [7]. B형 혈액형에도 유사하게 약한 B 아형들이 존재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약한 아형들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예를 들어 A3 아형과 같은 특정 약한 아형의 경우, 그 사람의 적혈구 표면에 A 항원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그 항원의 수나 발현되는 양상이 모든 적혈구에서 균일하지 않고 매우 다양하며 전반적으로 약하다는 특징을 가집니다. 즉, 같은 사람의 몸 안에 있는 적혈구인데도 어떤 세포는 A 항원을 비교적 많이 가지고 있는 반면, 어떤 세포는 아주 적은 양만 가지고 있거나 심지어 거의 없는 수준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A3 아형을 가진 사람의 혈액을 채취하여 표준적인 Anti-A 시약으로 검사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A 항원이 비교적 많이 발현된 적혈구들은 Anti-A 시약과 충분히 반응하여 눈에 띄는 응집을 일으킬 것입니다. 하지만 A 항원의 발현이 매우 약하거나 거의 없는 적혈구들은 Anti-A 시약과 거의 반응하지 않거나 전혀 반응하지 않아서 자유롭게 떠다니는 상태로 남아있게 됩니다.

그 결과, A3와 같은 특정 ABO 아형을 가진 사람의 혈액형 검사에서는 외부로부터 다른 종류의 혈액이 유입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자체만으로도 매우 특징적인 혼합시야반응 패턴을 보이게 됩니다. 이는 마치 한 공장에서 동일한 모델의 제품을 생산하는데, 어떤 제품은 품질 기준을 통과하여 합격 도장(응집)을 받고, 다른 제품은 기준 미달로 불합격(비응집) 판정을 받는 상황과 유사하다고 비유할 수 있습니다.

ABO 아형으로 인해 나타나는 혼합시야반응은 일반적인 혈액형 판독 과정에서 혼란을 야기할 수 있으며, 자칫 잘못된 혈액형으로 판정될 위험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A3 아형을 O형으로 잘못 판독하거나 그 반대의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잘못된 혈액형 정보에 기반한 수혈은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용혈성 수혈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혼합시야반응이 관찰되고 그 원인이 ABO 아형으로 의심될 경우에는 반드시 추가적인 정밀 검사(예: 흡착-용출 검사, 타액 검사, 유전자 검사 등)를 통해 정확한 아형을 규명하고 기록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키메라 현상 (Chimerism)

키메라 현상(Chimerism)은 하나의 개체 내에 유전적으로 서로 다른 기원을 가진 두 개 이상의 세포 집단이 함께 존재하는 매우 드문 상태를 가리키는 용어입니다. 고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사자, 염소, 뱀이 합쳐진 괴물의 이름 '키메라'에서 유래했습니다. 선천적인 키메라 현상이 발생하는 가장 잘 알려진 기전 중 하나는 임신 초기에 이란성 쌍둥이(서로 다른 수정란에서 발생)의 태반 혈관이 서로 연결되어 융합되면서, 발생 과정 중에 서로의 조혈모세포(혈액 세포를 만드는 줄기세포)를 교환하는 경우입니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이렇게 태어난 사람은 자신의 유전적 혈액형을 만드는 조혈모세포와 함께, 쌍둥이 형제 또는 자매로부터 받은 다른 유전적 혈액형의 조혈모세포를 모두 가지고 태어나게 됩니다. 따라서 이 사람은 평생 동안 두 가지 다른 혈액형의 적혈구를 동시에 만들면서 살아가게 됩니다.

예를 들어, 유전적으로는 O형인 사람이 쌍둥이 형제로부터 A형 조혈모세포를 받았다면, 이 사람은 자신의 O형 적혈구와 함께 A형 적혈구도 지속적으로 생산하게 됩니다. 이 사람의 혈액을 채취하여 Anti-A 시약으로 검사하면 어떤 결과가 나타날까요? 당연히 자신의 O형 적혈구는 반응하지 않고, 함께 존재하는 A형 적혈구는 반응하여 응집하므로, 명확한 혼합시야반응이 관찰됩니다. 후천적 키메라 상태도 존재합니다. 앞서 설명했던 조혈모세포 이식(HSCT) 후의 상태 역시, 환자 자신의 세포와 공여자의 세포가 공존하는 시기 동안에는 일종의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또는 '후천적인' 키메라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선천적인 완전 키메라 현상은 극히 드문 경우이지만, 외부 요인(수혈, 이식 등) 없이도 혼합시야반응이 나타날 수 있는 또 다른 흥미로운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해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8].

기타 원인

위에서 설명한 주요 원인들 외에도, 드물게는 매우 약하게 발현되는 혈액형 항원과 그에 대한 항체가 반응할 때, 반응성이 매우 약해서 일부 세포만 겨우 응집되는 것처럼 보이거나, 시험관 벽에 일부 적혈구가 비특이적으로 달라붙는 현상 등이 혼합시야반응과 유사하게 보일 수도 있습니다. 또한, 혈액 검사 결과를 판독할 때 혼합시야반응과 반드시 감별해야 하는 다른 현상들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연전 현상(Rouleaux formation)과 혈액 응고 과정에서 생성될 수 있는 피브린(Fibrin) 가닥입니다.

아니, 그러면 그런 가짜 응집이랑 진짜 혼합시야반응은 어떻게 딱 구분해낼 수 있는 건데? 잘못 보면 큰일 나는 거 아니야?

정말 예리하고 중요한 지적입니다! 겉보기에는 비슷해 보일 수 있는 이러한 위양성(false positive) 소견들과 진정한 혼합시야반응을 정확하게 구별하는 능력은 혈액 검사실 전문가에게 요구되는 매우 중요한 기술이며, 정확한 진단과 안전한 수혈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수적입니다. 어떻게 감별하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적혈구 연전 현상 (Rouleaux formation)

먼저 연전 현상(Rouleaux formation)은 적혈구가 항원-항체 반응에 의해 진짜로 엉겨 붙는 것이 아니라, 혈장 내에 피브리노겐이나 면역글로불린과 같은 특정 단백질 농도가 비정상적으로 높을 때(예: 다발성 골수종, 심한 감염 등), 적혈구 표면 전하의 변화로 인해 마치 동전을 여러 개 쌓아놓은 꾸러미처럼 서로 달라붙는 현상입니다.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불규칙한 포도송이 모양의 진성 응집과는 달리, 적혈구들이 비교적 규칙적으로 길게 이어져 쌓여 있는 독특한 모습을 보입니다.

가장 결정적인 감별점은 바로 생리 식염수(Saline) 첨가 후의 반응입니다. 시험관에 생리 식염수를 한두 방울 떨어뜨려 혈장을 희석하고 부드럽게 섞어주면, 연전 현상은 마치 쌓아둔 동전 더미가 무너지듯 쉽게 풀어져 개개의 적혈구로 분산됩니다. 하지만 항원-항체 반응에 의한 진정한 응집은 식염수를 첨가해도 그 결합이 유지되거나 쉽게 풀어지지 않습니다. 따라서 '식염수 치환법(Saline replacement technique)'이라고 불리는 이 간단한 조작은 연전 현상과 진성 응집을 감별하는 데 가장 중요하고 확실한 방법 중 하나입니다 [9].

다음으로 피브린(Fibrin) 및 기타 이물질의 경우입니다. 혈액 샘플을 채취할 때 항응고제(예: EDTA)가 든 튜브에 담지만, 채혈 과정이 원활하지 않았거나 항응고 처리가 불충분했을 경우, 또는 검사 과정에서 샘플이 오염된 경우, 혈액 응고 과정에서 생성되는 단백질인 피브린이 실타래처럼 형성되거나 미세한 혈전(clot), 혹은 먼지 같은 이물질이 응집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숙련된 검사자가 현미경으로 자세히 관찰하면, 이러한 피브린 가닥은 특징적인 섬유 모양이나 불규칙한 막 형태로 보이며, 적혈구들이 뭉쳐진 진정한 응집괴와는 그 형태학적 모습이 확연히 다르므로 구별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혈액 검사실의 숙련된 임상병리사는 단순히 응집이 있다/없다만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현미경 관찰을 통해 응집의 형태(크기, 모양, 균일성 등), 분포 양상, 그리고 필요한 경우 식염수 첨가 시의 반응 변화 등을 종합적으로 세심하게 평가합니다. 이를 통해 관찰된 소견이 진정한 혼합시야반응인지, 아니면 연전 현상이나 피브린 가닥 같은 다른 원인에 의한 유사 소견인지를 신중하게 감별 진단하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혼합시야반응이 우리 몸에서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원인들에 대해 깊이 있게 살펴보았습니다. 요약하자면, 가장 흔한 원인인 최근 수혈부터 시작해서, 조혈모세포 이식, 임신과 관련된 태아-모체 출혈, 혈액형 자체의 특성인 특정 ABO 아형, 그리고 매우 드문 키메라 현상까지 다양한 상황이 혼합시야반응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중요한 임상적 의미를 담고 있는 혼합시야반응을, 실제 병원 검사실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들을 사용하여 검출하고 확인하는 걸까요? 다음 섹션에서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혼합시야반응은 어떻게 검사하고 확인하나요?

혼합시야반응을 찾아내기 위한 특별하고 별도의 검사가 따로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혼합시야반응의 검출은 기본적으로 우리가 흔히 받는 혈액형 검사(ABO 및 RhD 혈액형 검사), 예상치 못한 항체의 존재 유무를 확인하는 항체 선별 검사, 그리고 수혈 직전에 공여자 혈액과 환자 혈액이 안전하게 수혈될 수 있는지 최종적으로 확인하는 교차반응 검사 등, 표준적인 면역 혈액학 검사를 수행하는 과정 중에 자연스럽게 이루어집니다. 즉, 검사실 전문가가 이러한 기본 검사들을 진행하면서 그 결과를 판독할 때, 혼합시야반응이라는 특징적인 반응 양상이 나타나는지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식별해내는 것이 핵심입니다. 혼합시야반응을 관찰하고 확인하는 데 사용되는 주요 검사 방법들과, 각 방법에서 혼합시야반응이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 상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시험관법 (Tube Testing)

시험관법은 면역 혈액학 검사 분야에서 가장 오랫동안 사용되어 온 전통적이고 기본적인 검사 방법입니다. 여전히 많은 검사실에서 중요한 검사법으로 활용되고 있으며, 특히 복잡한 사례를 해결하는 데 필수적인 역할을 합니다.

시험관법의 기본 원리는 이렇습니다. 작은 유리 시험관 안에서 환자의 적혈구 부유액과 이미 항체가 무엇인지 알고 있는 검사용 시약(예: Anti-A, Anti-B, Anti-D 시약)을 정해진 비율로 섞어 반응시킵니다. 또는 반대로, 환자의 혈청이나 혈장(여기에는 환자가 가지고 있을 수 있는 항체가 들어 있습니다)을 채취하여, 이미 항원이 무엇인지 알고 있는 검사용 적혈구 세포(시약용 세포)와 섞어 반응시킵니다. 이렇게 항원과 항체를 섞은 후에는 일정 시간 동안 반응을 유도하고(실온 또는 37°C 배양), 그 다음 원심분리(Centrifugation) 과정을 거칩니다.

원심분리는 시험관을 고속으로 회전시켜 적혈구를 시험관 바닥으로 가라앉히는 과정인데, 만약 항원-항체 반응이 일어나 적혈구들이 서로 엉겨 붙었다면(응집), 이 응집괴가 더 크고 단단하게 형성되어 눈으로 관찰하기 쉽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원심분리가 끝나면, 시험관을 조심스럽게 기울이거나 가볍게 흔들어서 시험관 바닥에 형성된 적혈구 덩어리(이를 '적혈구 버튼', cell button이라고 합니다)가 풀어지는 양상을 먼저 육안으로 주의 깊게 관찰하여 응집 여부와 그 강도를 1차적으로 판독합니다. 만약 육안 판독이 불확실하거나 더 정밀한 확인이 필요한 경우, 시험관 바닥의 내용물을 소량 덜어 슬라이드에 옮긴 뒤 현미경을 사용하여 더욱 자세히 관찰하게 됩니다.


시험관법에서 혼합시야반응은 어떻게 관찰될까요? 먼저 육안 관찰 시, 원심분리 후 시험관 바닥에 형성된 적혈구 버튼을 엄지손가락 등으로 살살 튕기거나 부드럽게 흔들어 풀어줄 때, 반응이 뚜렷한 양성(예: 3+ 또는 4+)처럼 단단한 하나의 큰 덩어리로 떨어져 나오거나, 혹은 완전히 음성처럼 쉽고 균일하게 붉은 부유액으로 풀어지지 않습니다.

대신, 시험관 바닥에서 떨어져 나오는 작고 미세한 응집 덩어리들이 눈에 보이면서, 동시에 이 덩어리들 주변으로 붉고 균일하게 퍼지는 자유 적혈구 부유액(마치 약간 흐린 배경처럼 보입니다)이 함께 관찰되는 독특한 양상을 보입니다. 만약 혼합시야반응의 강도가 매우 약하다면(예: W+ MF 또는 1+ MF), 육안으로는 거의 음성처럼 보이거나 미약한 응집 정도로만 인지될 수도 있어 판독에 극도의 주의가 필요합니다.

따라서 혼합시야반응을 최종적으로 확진하고 그 특징을 명확히 파악하는 데 가장 결정적이고 중요한 단계는 바로 현미경 관찰입니다. 육안으로 혼합시야반응이 의심되거나, 판독이 애매한 경우 반드시 현미경으로 확인해야 합니다. 현미경의 저배율(100x) 또는 고배율(400x) 시야로 들여다보면, 마치 작은 섬들처럼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명확한 적혈구 응집괴(clump)들과 함께, 그 섬들 사이의 넓은 바다처럼 응집되지 않고 개별적인 형태로 자유롭게 존재하는 수많은 적혈구(free red blood cells)들이 뚜렷하게 공존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 이는 모든 적혈구가 하나의 큰 덩어리로 뭉쳐 있거나 전체적으로 균일하게 응집된 강한 양성 반응의 모습이나, 또는 응집괴 없이 모든 적혈구가 개별적으로 흩어져 있는 깨끗한 음성 반응의 모습과는 확연하게 구별되는 특징적인 소견입니다.

검사 결과를 기록하는 방법도 중요합니다. 일반적으로 시험관법의 응집 반응 강도는 그 세기에 따라 0(음성), W+(Weak positive, 매우 약한 양성), 1+, 2+, 3+, 4+(강한 양성)와 같이 등급을 매겨 기록합니다. 만약 검사 결과 혼합시야반응이 뚜렷하게 관찰되었다면, 단순히 응집 강도만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등급 숫자 뒤에 반드시 'MF' 또는 'Mixed Field'라는 표시를 명확하게 함께 기재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1+ MF" 또는 "2+ Mixed Field" 와 같이 기록합니다). 이렇게 기록하는 이유는 이 결과가 단순히 '1+'나 '2+' 정도의 약한 양성 반응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두 개의 서로 다른 세포 집단이 존재하여 나타나는 특징적인 반응'이라는 매우 중요한 추가 정보를 담고 있음을 명확히 전달하기 위함입니다.

결론적으로 시험관법은 혼합시야반응을 검출하고 확인하는 데 여전히 유효하고 중요한 방법이지만, 검사자의 숙련된 기술과 세심하고 정확한 관찰 능력이 결과의 정확성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강도가 약한 혼합시야반응을 놓치지 않고 정확하게 식별하기 위해서는, 육안 판독에만 의존하지 않고 반드시 현미경 관찰을 통해 최종 확인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할 수 있습니다.

겔 칼럼 응집법 (Gel Column Agglutination Technology, Gel Card)

겔 칼럼 응집법, 흔히 '겔 카드(Gel Card)'라고 불리는 이 방법은 최근 전 세계적으로 많은 혈액 검사실에서 기존의 시험관법을 대체하거나 보완하여 널리 사용되고 있는 비교적 최신 검사 기술입니다. 검사 과정의 표준화가 용이하고, 자동화 장비에 적용하기 쉬우며, 판독의 객관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그 사용이 점차 확대되고 있습니다.

겔 카드의 검사 원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작은 플라스틱 카드 안에 여러 개의 미세한 기둥 모양의 칼럼(column)이 들어 있습니다. 각 칼럼 안에는 특수한 겔(gel) 물질, 예를 들어 미세한 유리구슬(microbeads)이나 덱스트란(dextran)과 같은 다당류 겔이 채워져 있습니다. 이 겔 매트릭스에는 검사의 목적에 따라 특정 항체(예: Anti-A, Anti-B, Anti-D 등)가 미리 섞여 있거나, 또는 간접 항글로불린 검사를 위한 항글로불린 시약(Anti-IgG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검사하고자 하는 환자의 적혈구나 혈청/혈장을 정해진 양만큼 칼럼의 맨 위쪽 반응 공간에 넣고, 이 카드를 특수 설계된 원심분리기에 넣어 돌립니다. 원심분리가 시작되면, 적혈구는 중력과 원심력에 의해 칼럼 안의 겔 매트릭스를 통과하여 아래쪽으로 이동하려고 시도합니다.

양성 반응의 경우, 만약 적혈구가 겔 속에 미리 포함된 항체와 반응하여 응집을 일으키면, 형성된 커다란 응집괴는 겔 매트릭스의 미세한 그물 구조에 걸려서 더 이상 아래로 내려가지 못합니다. 그 결과, 응집된 적혈구들은 겔 칼럼의 맨 위 표면이나 겔 중간층에 갇혀서 붉은색의 띠(band) 형태를 형성하게 됩니다. 응집 강도가 강할수록 이 띠는 더 위쪽에 위치하게 됩니다. 반면 음성 반응의 경우, 만약 적혈구가 겔 속의 항체와 전혀 반응하지 않는다면, 응집이 일어나지 않으므로 개개의 적혈구는 겔 매트릭스의 틈새를 비교적 자유롭게 통과하여 칼럼의 맨 아래쪽 끝까지 이동하게 됩니다. 그 결과, 반응하지 않은 모든 적혈구는 칼럼의 맨 아래 바닥에 작은 점이나 덩어리(pellet) 형태로 모이게 됩니다.

겔 카드에서 혼합시야반응은 매우 특징적이고 시각적으로 명확한 패턴으로 나타납니다. 이는 겔 카드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응집된 적혈구 집단은 겔 속에 포함된 항체와 반응하여 응집괴를 형성했기 때문에, 겔 매트릭스에 걸려 더 이상 아래로 내려가지 못하고 겔 칼럼의 상부 표면이나 겔 중간층에 뚜렷한 붉은색 띠(line or band)를 형성합니다.

겔 컬럼 응집법

동시에, 응집되지 않은 자유 적혈구 집단은 겔 속의 항체와 반응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런 방해 없이 겔 매트릭스를 통과하여 칼럼의 맨 아래쪽 바닥에 명확한 적혈구 침전물 덩어리(pellet)를 형성합니다. 결과적으로, 겔 카드에서 혼합시야반응은 하나의 칼럼 내에서 이 두 가지 모습, 즉 칼럼 상부/중간에 위치한 응집선과 칼럼 맨 아래 바닥에 가라앉은 뚜렷한 적혈구 펠렛이 동시에 관찰되는 매우 독특한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10].

이는 모든 적혈구가 겔 상부에 걸려서 강한 띠를 형성하는 뚜렷한 양성 반응이나, 모든 적혈구가 아무런 방해 없이 바닥까지 내려가 펠렛을 형성하는 뚜렷한 음성 반응과는 명확하게 구분됩니다. 비유하자면, 크기가 다른 물고기(적혈구 집단)들을 성긴 그물(겔 매트릭스)에 통과시키는 것과 같습니다. 큰 물고기(응집된 세포)는 그물 위쪽에 걸리고, 작은 물고기(자유 세포)는 그물을 그대로 빠져나가 바닥에 가라앉는 모습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겔 카드의 장점은 앞서 언급했듯이, 시험관법에 비해 판독 결과가 더 객관적이고 일관성이 있으며, 검사 과정을 표준화하기에 용이하다는 점입니다. 특히 혼합시야반응의 경우, 두 개의 세포 집단이 분리되어 나타나는 독특한 패턴을 시각적으로 매우 명확하게 보여주기 때문에, 판독 오류를 줄이고 혼합시야반응을 민감하게 검출하는 데 큰 장점을 가집니다.

고체상 적혈구 부착법 (Solid Phase Red Cell Adherence Assay, SPRCA)

고체상 검사법은 주로 마이크로플레이트(microplate, 여러 개의 작은 홈(well)이 배열된 플라스틱 판)를 이용하며, 대량의 검체를 처리하는 자동화된 혈액 검사 시스템에서 많이 활용되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고체상 검사법의 원리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나뉩니다. 항체 검출 시(예: 항체 선별 검사, 교차반응 검사)에는 마이크로플레이트의 각 작은 홈(well) 바닥 표면에 특정 항원(예: O형 적혈구 세포막 조각)이나 또는 항체에 결합하는 시약(예: Anti-IgG)을 미리 얇게 코팅해 둡니다.

고체상 검사법

검사할 환자의 혈청이나 혈장을 시약용 적혈구와 함께 이 홈에 넣고 반응시킵니다. 만약 환자 혈청에 해당 적혈구 항원에 대한 항체가 존재한다면, 이 항체는 적혈구에 결합합니다. 이후 세척 과정을 통해 결합하지 않은 혈청 성분들을 제거하고, 항글로불린 시약(Anti-IgG)이 부착된 지시 적혈구(indicator red cells)를 첨가합니다. 만약 환자 혈청의 항체가 시약용 적혈구에 결합했다면, 이 지시 적혈구는 홈 바닥에 부착된 항체-적혈구 복합체에 달라붙어 홈 바닥 전체에 얇고 넓게 퍼지는 양상을 보입니다 (양성 반응). 반면, 환자 혈청에 항체가 없었다면 지시 적혈구는 부착될 곳이 없어 원심분리시 홈의 중앙 바닥에 작은 점(button) 형태로 뭉치게 됩니다 (음성 반응).

항원 검출시(예: 혈액형 검사)에는 이번에는 마이크로플레이트 홈 바닥에 특정 항체(예: Anti-A, Anti-B)를 미리 코팅해 둡니다. 여기에 검사할 환자의 적혈구 부유액을 넣고 반응시킨 후 원심분리합니다. 만약 환자의 적혈구가 해당 항원을 가지고 있다면(예: A형 적혈구를 Anti-A가 코팅된 홈에 넣는 경우), 적혈구는 홈 바닥에 코팅된 항체에 결합하여 넓게 퍼져 부착됩니다 (양성). 만약 해당 항원이 없다면(예: O형 적혈구를 Anti-A 홈에 넣는 경우), 적혈구는 부착되지 않고 홈 중앙에 작은 버튼 형태로 뭉칩니다 (음성).

고체상 검사에서 혼합시야반응은 어떻게 나타날까요? 이론적으로 고체상 검사에서도 혼합시야반응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항원 검출 시, 두 종류의 적혈구가 섞여 있다면, 항원을 가진 적혈구들은 홈 바닥에 넓게 부착되고(양성 반응 부분), 항원이 없는 적혈구들은 부착되지 않고 홈 중앙에 작은 버튼 형태로 뭉치는(음성 반응 부분) 모습, 즉 홈 바닥 전체에 걸쳐 얇게 퍼진 적혈구 층과 중앙의 뚜렷한 적혈구 버튼이 혼재된 양상으로 나타날 것으로 예상할 수 있습니다 [11].

하지만 실제로는 겔 카드에서처럼 두 집단이 공간적으로 명확하게 분리되어 보이지 않을 수 있으며, 특히 약한 반응과의 구분이 모호하거나 판독이 다소 주관적일 수 있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고체상 자동화 검사 시스템에서 혼합시야반응이 의심되는 결과가 나올 경우, 재확인을 위해 시험관법(특히 현미경 관찰)이나 겔 카드법으로 추가 검사를 시행하는 것이 권장되기도 합니다.

검출 후 조치

어떤 검사 방법을 사용하여 혼합시야반응을 발견했든 간에, 이 결과는 매우 중요한 임상 정보를 담고 있으므로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검사자는 반드시 해당 결과를 정확하게 기록하고, 임상의에게 보고해야 합니다. 그 다음으로 이어지는 중요한 단계는 바로 '왜 이 환자에게서 혼합시야반응이 나타났는가?' 그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그리고 기본적으로 확인해야 할 것은 환자 정보 확인입니다. 특히 최근(보통 3개월 이내)에 수혈을 받은 이력이 있는지, 현재 임신 중이거나 최근에 출산한 경험이 있는지, 과거에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은 병력이 있는지 등을 면밀히 확인합니다. 앞서 원인 파트에서 살펴보았듯이, 대부분의 혼합시야반응 사례는 이러한 특정 임상 상황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환자의 병력 청취만으로는 혼합시야반응의 원인이 명확하게 설명되지 않거나, ABO 아형 또는 다른 희귀한 원인이 의심될 경우에는 추가적인 정밀 검사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ABO 아형이 의심된다면 혈청 검사, 타액 검사(분비형인 경우), 흡착 및 용출 시험, 유전자 검사 등을 통해 정확한 아형을 동정해야 합니다.

태아-모체 출혈이 의심되는 RhD 음성 산모의 경우, 흘러 들어간 태아 혈액의 양을 정량적으로 측정하기 위해 Kleihauer-Betke 검사나 유세포 분석(Flow Cytometry)과 같은 검사를 시행할 수 있습니다. 또한 숨겨진 항체를 찾기 위한 항체 동정 검사 등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수혈시 각별한 주의가 요구됩니다. 혼합시야반응이 관찰되는 환자에게 수혈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이는 안전한 수혈을 위한 혈액 선택 및 수혈 전 검사 과정에 상당한 어려움을 야기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 수혈로 인해 두 종류의 적혈구가 섞여 있는 환자의 경우, 환자 본인의 정확한 혈액형 항원을 파악하기 어렵거나, 수혈된 혈액 때문에 환자 자신의 혈청에 존재하는 항체를 검출하는 데 방해를 받을 수 있습니다.

또한, 공여자 혈액과의 교차반응 검사 결과 역시 혼합시야반응으로 나타날 수 있어 판독에 혼란을 줄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경우, 단순히 현재 혈액 샘플 결과에만 의존해서는 안 되며, 수혈 전 과거 혈액형 검사 기록을 반드시 확인하거나, 환자의 혈청에서 동종항체(alloantibody)를 분리하여 검사하기 위한 특수한 기법(예: 자가흡착 검사, 동종흡착 검사, 용출 시험 등)을 사용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12]. 결론적으로, 혼합시야반응이 확인된 환자의 안전한 수혈을 위해서는, 혼합시야반응의 원인을 정확히 파악하고 이를 충분히 고려한 상태에서 매우 신중하고 철저한 수혈 전 검사가 이루어져야만 합니다.

혼합시야반응, 놓쳐서는 안 될 중요한 단서

지금까지 우리는 혼합시야반응(Mixed Field Agglutination)이라는 다소 생소할 수 있는 혈액 검사 소견에 대해, 그 정확한 정의가 무엇인지부터 시작하여, 이러한 반응이 나타나는 다양한 원인들, 그리고 실제 혈액 검사실에서 이를 어떻게 검사하고 확인하는지에 이르기까지, 매우 상세하고 깊이 있게 알아보았습니다. 이제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논의된 핵심 내용들을 다시 한번 명확하게 정리하며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혼합시야반응(Mixed Field Agglutination, MFA)이란, 면역 혈액학 검사(혈액형 검사, 항체 선별, 교차반응 등)를 수행했을 때, 검사 시야 내에 항체와 반응하여 응집된 적혈구 덩어리와 반응하지 않고 자유롭게 떠다니는 적혈구가 동시에 뚜렷하게 관찰되는 특징적인 반응 양상을 의미합니다. 이것은 결코 애매하거나 잘못된 결과가 아니라, 검사 대상이 된 혈액 샘플 내에 특정 항원에 대해 서로 다른 반응성을 보이는 두 가지 이상의 뚜렷한 적혈구 집단이 함께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백하게 알려주는 중요한 신호입니다. 이는 모든 세포가 동일하게 반응하는 일반적인 양성(+) 또는 음성(-) 반응과는 근본적으로 구별되는 매우 의미 있는 소견입니다.

혼합시야반응이 나타나는 주요 원인들로는, 무엇보다도 최근(대개 3개월 이내)에 다른 사람의 혈액을 수혈받은 경우가 임상적으로 가장 흔합니다. 그 외에도 건강한 공여자의 조혈모세포를 이식받은 후 생착이 진행되는 과정에 있는 환자, 임신 중이나 분만 시 태아의 혈액이 산모의 혈액으로 일부 유입된 경우(태아-모체 출혈), 그리고 외부 요인 없이 환자 자신이 가진 혈액형의 특성인 특정 ABO 혈액형 아형(예: A3 아형) 등이 대표적인 원인으로 꼽힙니다. 매우 드물기는 하지만, 선천적으로 두 가지 유전적 세포 집단을 가진 키메라 현상 역시 혼합시야반응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원인들은 결국 한 사람의 혈액 순환계 내에 항원성이 서로 다른 두 종류 이상의 적혈구가 공존하는 상황을 만들어냅니다.

혼합시야반응을 검출하고 확인하는 방법은, 특별한 검사가 아니라 표준적인 면역 혈액학 검사인 시험관법, 겔 카드법, 고체상 검사법 등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시험관법에서는 특히 현미경 관찰을 통해 응집괴와 자유 적혈구가 공존하는 모습을 확인함으로써 확진하는 것이 중요하며, 겔 카드법에서는 겔 칼럼 상부/중간의 응집선과 칼럼 맨 아래 바닥의 침전된 적혈구 펠렛이 동시에 보이는 매우 특징적인 패턴으로 혼합시야반응을 명확하게 식별할 수 있습니다. 검사 과정에서는 동전 꾸러미처럼 보이는 연전 현상이나 피브린 가닥 같은 위양성 소견과 진정한 혼합시야반응을 정확하게 감별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복잡해 보이는 혼합시야반응이라는 현상을 이해하는 것이 궁극적으로 왜 그렇게 중요할까요? 그 이유는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강조될 수 있습니다.

첫째, 무엇보다도 환자의 생명과 직결되는 안전한 수혈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수적인 정보이기 때문입니다. 혼합시야반응은 환자의 정확한 혈액형 항원을 판독하는 데 혼란을 줄 수 있으며, 때로는 환자가 가지고 있는 위험한 항체의 존재를 가려버릴(masking) 위험이 있습니다. 혼합시야반응이 관찰되었다는 사실과 그 원인을 정확히 인지하고, 이를 바탕으로 혈액형 검사 및 교차반응 검사를 더욱 신중하고 철저하게 수행해야만, 잘못된 혈액의 수혈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치명적인 용혈성 수혈 부작용을 예방할 수 있습니다 [13].

둘째, 혼합시야반응은 환자의 현재 임상 상태를 이해하고 향후 치료 방향을 결정하는 데 매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합니다. 예를 들어,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은 환자에게서 혼합시야반응의 변화를 추적하는 것은 이식편의 성공적인 생착 여부를 판단하는 중요한 지표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임산부에게서 혼합시야반응이 관찰될 경우, 이는 태아-모체 출혈의 가능성을 시사하며, 신생아 용혈성 질환의 발생 위험을 평가하고 Rh 면역글로불린(RhIG) 투여와 같은 적절한 예방 조치를 신속하게 취하는 근거가 됩니다.

셋째, 드물지만 중요한 혈액형 이상, 특히 ABO 아형과 같은 희귀 혈액형을 정확하게 진단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특정 ABO 아형은 그 자체로 혼합시야반응을 특징적으로 나타내기 때문에, 이러한 소견이 관찰될 경우 추가적인 정밀 검사를 통해 정확한 아형을 규명하고 기록함으로써, 향후 발생할 수 있는 혈액형 불일치 수혈 사고를 근본적으로 예방하는 데 기여합니다.

참고문헌

  1. Harmening, D. M. (Ed.). (2012). Modern blood banking & transfusion practices (6th ed.). F.A. Davis Company. (면역혈액학 분야의 포괄적인 교과서로, 혼합시야반응의 정의, 다양한 원인, 시험관법 및 다른 검사법에서의 관찰 소견 등을 상세히 기술하고 있습니다.)
  2. Reid, M. E., Lomas-Francis, C., & Olsson, M. L. (2012). The blood group antigen factsbook (3rd ed.). Academic Press. (혈액형 항원에 대한 백과사전식 정보를 제공하며, ABO 아형 및 기타 혼합시야반응 관련 항원에 대한 깊이 있는 정보를 찾을 수 있습니다.)
  3. American Association of Blood Banks (AABB). (2020). Technical Manual (20th ed.). AABB Press. (미국혈액은행협회에서 발간하는 수혈의학 분야의 표준 기술 지침서로, 혼합시야반응의 정의, 원인별 고려사항, 검사 결과의 해석 및 기록 지침 등을 제공합니다.)
  4. Issitt, P. D., & Anstee, D. J. (1998). Applied blood group serology (4th ed.). Montgomery Scientific Publications. (혈액형 혈청학 분야의 고전적인 참고 서적으로, 수혈 후 혼합시야반응의 관찰 기간 및 관련 혈청학적 문제에 대한 정보를 포함합니다.)
  5. Worel, N. (2016). ABO mismatch and patient outcomes after hematopoietic stem cell transplantation. Transfusion Medicine and Hemotherapy, 43(3), 175–187. (조혈모세포 이식 후 ABO 불일치 상황에서 발생하는 혼합시야반응 및 이식 결과와의 연관성을 다룬 연구 논문입니다.)
  6. Moise Jr, K. J. (2008). Fetal anemia due to red cell alloimmunization. Seminars in Fetal and Neonatal Medicine, 13(4), 207-214. (신생아 용혈성 질환의 원인으로서 동종면역과 태아-모체 출혈의 중요성, 그리고 RhIG 예방의 원리와 효과에 대해 설명합니다.)
  7. Daniels, G. (2002). Human blood groups (2nd ed.). Blackwell Science. (인간 혈액형 시스템 전반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담고 있으며, 다양한 ABO 아형의 혈청학적, 유전학적 특징을 기술합니다.)
  8. van Dijk, B. A., Boomsma, D. I., & de Man, A. J. (1996). Blood group chimerism in human multiple gestation births. American Journal of Medical Genetics, 61(3), 264-270. (인간 다태아 임신에서 발생하는 혈액 키메라 현상에 대한 연구 논문입니다.)
  9. Blaney, K. D., & Howard, P. R. (2019). Basic & applied concepts of blood banking and transfusion practices (4th ed.). Elsevier. (면역혈액학의 기초 및 응용 개념을 다루는 교재로, 연전 현상의 원인과 진성 응집과의 감별법(식염수 치환법 포함)을 명확하게 설명합니다.)
  10. Lapierre, Y., Rigal, D., Adam, J., Josef, D., Meyer, F., Greber, S., & Drot, C. (1990). The gel test: a new way to detect red cell antigen-antibody reactions. Transfusion, 30(2), 109-113. (겔 칼럼 응집 기술(겔 테스트)을 처음 소개하고 그 원리와 유용성을 보고한 중요한 초기 연구 논문 중 하나입니다.)
  11. Plapp, F. V., Rachel, J. M., Beck, M. L., Coenen, V. M., Bayer, W. L., & Sinor, L. T. (1984). Solid phase red cell adherence tests in blood banking. American journal of clinical pathology, 82(6), 719-721. (고체상 적혈구 부착 검사법을 혈액은행 업무에 적용한 초기 연구 중 하나로, 검사 원리와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12. Judd, W. J., Johnson, S. T., & Storry, J. R. (2016). Judd's methods in immunohematology (3rd ed.). AABB Press. (면역혈액학 검사의 다양한 방법론을 상세히 다루는 전문 서적으로, 혼합시야반응 상황에서 유용한 흡착 및 용출 기법 등 특수 검사 절차를 설명합니다.)
  13. Fung, M. K., Grossman, B. J., Hillyer, C. D., & Westhoff, C. M. (Eds.). (2014). Technical Manual (18th ed.). AABB Press. (이전 판의 AABB 기술 매뉴얼에서도 혼합시야반응의 임상적 중요성, 특히 안전한 수혈과의 연관성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2025.04.08 - [수혈의학] - A, B형 혈액형 아형 집중 분석- 표현형, 검사법, 임상적 의의

 

A, B형 혈액형 아형 집중 분석- 표현형, 검사법, 임상적 의의

우리는 ABO 혈액형 시스템이 단순히 A, B, AB, O라는 네 가지 범주로만 나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더 복잡하고 미묘한 차이들이 숨어 있다는 사실을 앞서 이야기했습니다. 특히 A형과 B형 혈액형

labdoctor.tistory.com

 

반응형

댓글